ARTIST 이인화(LEE IN HWA)
ARTWORK 'Shadowed color' 그림자의 색
EDITION NO 2021
MATERIAL 백자, 고화도 안료, 물레성형, 연리
1280도 산화소성 후 연마
SIZE w.172 * h.143
백자의 투광성 - 이인화
나는 투광성을 표현하기 위해 '기'를 제작한다. 투광성이 낮거나 높은 다양한 자기 흙, 그리고 유약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먼저 물레로 형태를 성형하고 반 건조 시킨 뒤 물레에 다시 고정하여 기벽의 일부분이 1.5mm가 되도록 조심스럽게 깎는다. 두께차이를 주며 내부를 깎아 투광되는 정도를 조절함과 동시에 서로 다른 두께가 조화를 이루게 하여 실용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한다. 너무 크지 않도록, 혹은 너무 얇지 않도록 조심하며 '기'의 역할 을 할 수 있도록 내부를 유약처리하여 1280도 고온소성하고 외부를 정성스럽게 연마한다. 나는 사용자가 일상에서 만지고 사용할 때, 과거에서 부터 정제되고 발전되어온 이 아름다운 물성을 내밀하게 경험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시시각각 빛이 변하는 일상 속에서 사용될 때야 비로소 자기의 '투광성'이 극대화 된다고 생각한다. 물성에 대한 경험과 주관이 녹아있는 나의 작업이 누군가에게 일상의 즐거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인화|LEE IN HWA 작가노트 중
백자 그리고 사물의 순간
나는 무수한 결정의 순간을 거쳐 백토라는 재료로 거듭난 물질을 다룬다. 이 물질은 내 손을 거치기 전에 이미 아름다움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다. 이 물질을 다루는 나의 기술과 선택에 따라 이미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움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랜 동안 매일을 연습하고 훈련하며 스스로를 다그쳤다. 백토에 담긴 무수한 시간적, 기술적 층위를 당당히 마주하기 위해서 영구한 아름다움을 구현하고 싶었던 듯하다. 그렇게 많은 실험과 실패를 통해 빛이 투광되는 백자의 면모에서 간신히 아름다움의 실마리를 한 가닥 발견하였지만 그것을 내가 경험한 바대로 온전히 표현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빛은 항상 변화하고 그에 따른 백자의 모습은 항상 변화하는 순간들에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저 영구한 아름다움이라는 결과보다는 아름다운 사물의 순간들을 찾아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
빛의 두께를 담고 있는 기벽에 손을 갖다 대어 분홍색 살갗의 색깔이 비쳐 보이게도 하고, 담기는 빛을 애써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물을 가득 담아보기도 한다. 어둠이 짙은 밤에는 기물 안에 작은 초를 담아 불을 밝혀 바라보다가 작은 초 대신 전구가 자리하면 어떨지 상상한다. 작업실 뒤편 수입천 계곡을 산책하다 문득 맑은 계곡물을 백자에 표현하는 것을 상상하고, 눈발이 날리는 하얀 눈밭을 거닐며 눈의 결정을 담으면 어떨지 상상한다. 그렇게 곰곰이 생각하고 상상하던 것을 새로운 작업으로 완성하고는 또 다시 창가 앞에 놓아두고 하염없이 바라본다. 내가 방산에서 순간을 살아가며 마주했던 아름다움을 나의 작업에 온전히 녹여내고, 다시금 그 사물과 어울리는 순간이 다가오면, 시간은 느리고 조용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여운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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