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Yi Seula 도시를 좋아하게 된건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제목의 영화 속 한 장면 때문이었다.소파에 누워 채널을 돌리다 멈춘 영화 채널에서 프레임에 가득한 창문 사이로 클로즈 업 되는 주인공의 모습이 부러웠다.나도 저 사이에 있었으면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저 반짝이는 불빛들 중 하나가 나였으면. 빌딩을 그리고 있으면 내가 꼭 그 안에 있는 것 같았다. 처음은 콘크리트였다. 빼곡한 회색들, 창문들, 점 선 면으로 변주된 다양한 파사드는 그리기에 아주 매력적인 오브제다. 선과 면이 가득한 건물들 그리고 그 사이에 떨어지는 그림자, 균일화 된 패턴속에서 사람은 유일하게 공간을 흔드는 존재. 빼곡한 콘크리트 사이 도시인이기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건 도시에서 내게 가장 흥미로운 것 중 하나였다. 매번 같은 시간에 강아지 열댓마리를 산책시키는 사람, 이불을 둘둘 말아 빨래방에서 주말을 보내는 사람을 동시에 발견하기도 하고 컴퓨터를 앞에 두고 점심을 먹으며 주말에 갈 새로생긴 레스토랑을 예약하는 사람이 내가 되기도 한다. 누구와도 말하고 싶지않아 혼자 침대에 누워있으면서도 핸드폰에 기대는 사람, 별을 그리워 하면서도 도시의 빛을 쫓는 사람들이 있는 곳. 저마다의 이유를 가진 이들이 도시속에 흐른다. 사람과 빛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각자의 선택에 따라 도시는 매일 다르게 반짝였다. 화창하게 맑은 날엔 온갖 유리들이 하늘을 반사해 구름으로 가득했다가 어두워지면 금세 불빛을 채워 모습을 바꿨다. 같은시간 같은 장소에 다시 가본다고 해도 전과 같은 날은 없었다. 빛을 내려다보며 일을 했다가 다시 그 빛중에 하나가 되는 곳. 우리는 여기에 일부이면서 관찰자였다가 동시에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때때로, 어쩌면 자주, 우리는 도시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맞기도 한다. 그게 선물같은 하루이건 최악의 하루이건 간에. 나는 이런 도시의 예측불허함이 좋았다. 이렇게 애정을 담아 관찰했던 것들을 부지런히 하얀 종이 위로 옮겼다. 목적이 없는 관찰들이 모여 그림이 됐다. 이번 작업은 언젠가 도시를 걸으며 여느때처럼 창문을 관찰하던 날, 빌딩 속 창문들이 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지만 창문너머로 보이는 오브제가 다양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면서 시작되었다. 도시속엔 수많은 규칙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반려동물들에게도 예외가 없다. 신호를 지키며 길을 건너야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해야하며 많은 이해관계와 규칙이 흐른다. 콘크리트 안 각자의 공간에서 우리는 각자의 오브제로 네모를 채운다. 같은 네모 안에서 살고있지만 쌓여진 이야기는 같지않다. 같은 콘크리트 안에서, 같은 규칙속에서도 우리는 각자의 네모를 채워 간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작업에는 나와 얘기를 나누는 지인, 거리에서 지나는 사람, 내가 관찰한 장면들이 섞여 도시의 장면을 구성한다. 작업 속 도시는 우리가 지내는 도시보다도 더 도시같은, 현실을 넘어서는 가상공간을 만들고싶었다. 언젠가 내가 걸었던 길들 지나며 마주친 건물들이 뒤섞여 네모난 종이를 채운다. 네모난 건물속 네모난 창에서 각자의 하루를 쌓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네모난 기계에 기대 연결되어 사는 우리의 모습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조그맣거나 커다란, 네모안에 살고있는지도 모르겠다. - 이슬아 작가노트 중에서 - Solo Exhibition 2023 <네모안의 너와 나>, 이길이구 갤러리, 서울2023 <Lost in Paris> 슬로우 갤러리, 파리2022 <Concrete Garden> 갤러리 애프터눈, 서울2022 <Lost in Pause> 오브제후드, 부산2021 <Blue In City> Slow Galerie, 파리2021 <OUR HOURS 2> CCC, 부산2020 <OUR HOURS> 코올액티브, 부산2018 <Ondo> 카페 프루티, 부산2018 <On the universe> 카모메북스, 도쿄2017 <바다 위의 도시> 채움갤러리, 부산2016 <city people> 카모메북스, 도쿄 Group Exhibition2024 <INSIDE OUT> 아트스페이스 호화, 서울2024 <Small Paintings - My Bijou!> 김리아 갤러리, 서울2023 <Dear. My day> 도잉아트, 서울2020 <ANOTHER REALITY> 상상마당, 부산 2018 기획전 <굿즈모아마트> 구슬모아당구장, 서울2016 <summer moment> GS홈쇼핑 사옥, 서울 2016 <DELITOYS ART TOY EXHIBITION> W서울 워커힐 호텔, 서울 Fair2022 아트부산 이길이구 갤러리 Author2023 아카이빙 북 <Closing Ceremony> Published by MAKERMAKER2022 <Thigns In City> Published by MAKERMAKER CONTACT EMAIL ooo@grpry.comINSTAGRAM @lllllllllsa